단순한 연쇄살인 영화인 줄 알았다가 마지막에 소름 돋은 문제작, 살인자 리포트 관람 후기

이번에 다루는 작품은 영화 <살인자 리포트> 입니다.
조여정과 정성일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치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캐스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극적인 장르 영화라기보다는 차분하게 심리를 파고드는 쪽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예상했다면 다소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나, 큰 기대 없이 접근한다면 충분히 집중해서 볼 만한 스릴러입니다.

과도한 반전이나 강한 자극보다는 인물 간의 대화와 시선, 그리고 말 속에 숨겨진 의도가 서서히 긴장을 조성하는 방식이 중심을 이룹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빠르게 소비되는 스릴러보다는, 천천히 압박해 오는 심리극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기본 정보

감독 : 조영준

  • 개봉일 : 2025년 9월 5일
  • 관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장르 : 드라마, 스릴러
  • 제작 국가 : 대한민국
  • 러닝타임 : 107분
  • 배급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 관객 평점 : ★ 7.96
  • 누적 관객 수 : 약 36만 명

2. 출연자 정보

  • 조여정 : 백선주 역
  • 정성일 : 이영훈 역
  • 김태한 : 한상우 역

3. 관람 포인트

1️⃣ 인터뷰 형식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밀도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사건을 ‘인터뷰’라는 틀 안에 가둔 구성입니다. 격렬한 장면 없이도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질문과 대답, 침묵과 시선이 곧 공격과 방어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대화 하나하나가 상대를 떠보는 수단이 되고, 말의 선택에 따라 주도권이 미묘하게 이동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됩니다.

2️⃣ 연쇄살인이라는 소재 너머의 이야기

겉으로 보기에는 연쇄살인범을 다룬 전형적인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진짜로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범인의 정체가 아닙니다. 누가 범인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왜 진실이 묻혔는지, 그리고 정의가 어떤 방식으로 왜곡되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입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장르는 점차 범죄 스릴러에서 사회적 드라마의 색채를 띠게 됩니다.

3️⃣ 기자와 경찰, 서로 다른 정의의 충돌

주인공 기자와 경찰 인물들이 보여주는 관계 또한 이 영화의 중요한 축입니다. 기록해야 할 진실과 지켜야 할 질서, 공적인 책임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마지막 장면까지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며 본다면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4. 내용 및 줄거리

영화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됩니다. 베테랑 탐사 기자 백선주는 자신을 연쇄살인범이라 밝히는 남자 이영훈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습니다. 그는 이미 여러 명을 살해했으며,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더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장난 전화로 넘기려 하지만, 그가 언급한 피해자 정보가 실제 미제 사건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합니다.

영훈은 선주에게 명확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인터뷰에 응한다면 다음 살인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중단하는 순간, 예정된 범행은 그대로 실행됩니다. 선주는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개인적인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인터뷰 장소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호텔 스위트룸으로 정해지고, 두 사람은 제한된 공간에서 마주 앉게 됩니다.

대화가 시작되자 영훈은 예상과 달리 극도로 침착하고 논리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충동이나 광기가 아닌, 철저히 계산된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인물들이며, 자신은 그들을 제거함으로써 세상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선주는 그의 논리를 반박하며 질문을 이어가지만, 인터뷰가 길어질수록 심리적으로 몰리는 쪽은 오히려 그녀가 됩니다.

영훈은 대화 중간마다 다음 희생자에 대한 단서를 흘리며 선주를 흔듭니다. 선주는 기자로서 기록을 이어가는 동시에, 퍼즐을 맞추듯 정보를 정리해 범행을 막으려 애씁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영훈의 계획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치밀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인터뷰 자체가 하나의 함정일 수 있다는 의심도 점점 커집니다.

이 과정에서 선주의 과거와 내면 역시 서서히 드러납니다. 특종을 좇다 놓쳐버린 진실, 기자로서의 실패 경험, 그리고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왔다는 자각이 그녀를 흔들어 놓습니다. 영훈은 이러한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선주를 또 다른 심판의 대상으로 몰아갑니다. 인터뷰는 점점 취재가 아닌 생존을 건 심리적 대치로 변해갑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두 사람의 대립은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치닫습니다. 여기에 경찰 한상우의 숨겨진 진실과 선주의 딸에게 벌어진 사건이 드러나며, 영화는 살인의 정당성과 정의의 기준이 관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묵직하게 질문합니다.


5. 감상 후기

실관람객 평점은 7.96점으로, 거의 8점대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수치가 말해주듯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조여정과 정성일이 보여주는 연기 대결은 극 전체를 끌고 가는 핵심 동력이며, 진지한 분위기와 설정 또한 충분히 설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중반부까지는 전개가 다소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의문이 계속 쌓이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후반부에 드러나는 반전은 그 답답함을 어느 정도 상쇄할 만큼의 타격감을 제공합니다.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느껴집니다.

자신감 넘치던 기자가 점차 감정적으로 무너져 가는 과정을 표현한 조여정의 연기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또한 두 얼굴을 가진 정신과 의사를 연기한 정성일 역시 차분하면서도 불안한 분위기를 잘 살려냅니다. 반면 단점도 분명합니다. 영화 대부분이 호텔 룸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다 보니, 의도적으로 관객에게도 답답함을 체감시키려 한 듯한 연출이 호불호를 가를 수 있습니다. 액션의 부재 역시 아쉬운 부분으로 남습니다. 연쇄살인을 다룬 영화인 만큼, 조금 더 강렬한 사건 묘사가 있었더라면 완성도가 한 단계 더 올라갔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목이 주는 자극적인 인상에 비해 영화의 결은 비교적 차분합니다.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선택하기에는 무난한 작품이지만, 강한 스릴이나 극적인 전개를 기대한다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신 서서히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감과 인물 간의 대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영화입니다.


– 한줄평 –

강렬함보다는 심리의 균열로 긴장을 쌓아 올리는 차분한 스릴러입니다.